[이슈분석]SW분리발주 제도 10년, 이대론 안된다

[이슈분석]SW분리발주 제도 10년, 이대론 안된다

상용 소프트웨어(SW) 분리발주 제도가 SW산업진흥법에 법적 근거(2010년)를 명확히한 지 10년째다. SW 분리발주는 공개 경쟁입찰과 조달구매로 제값주고 SW를 구매하는 제도다. 사업을 발주한 공공이 아니라 수주한 정보기술(IT) 기업이 임의로 SW를 선택, 이 과정에서 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하도급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2007년 처음 도입했다.

SW 분리발주 제도를 시행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부터 공공 대형 IT사업 발주가 이어지면서 SW업계는 SW 분리발주 시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최대 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SW 분리발주를 시행하면서 업계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여전히 공공 가운데 상당수가 제도를 회피한다. 올해도 대형 공공 IT사업이 이어진다. SW 분리발주 제도를 취지에 맞게 시행하도록 제도 보완과 인식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W 산업에 긍정적…'회피' 문제는 심각

SW 분리발주 제도는 공공이 주체적으로 상용SW를 구매하고 SW업계는 제값을 받아 성장하는 두 가지 축이 핵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후 실제 공공분야 상용SW 구매가 늘었다. 공공 상용SW 구매 금액은 2011년도 1646억원에서 2017년 280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상용SW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상용SW기업 생산액은 2011년 4조원대에서 2017년 8조9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상용SW기업도 2011년 6926개에서 2017년 1만1214개로 1.62배 늘었다.

SW 분리발주 시행 건수도 증가세다. 2010년 법적 근거를 마련한 후 2011년 98건 기록, 2013년 86건으로 다소 줄었다가 2014년(122건) 100건을 넘겼다. 2017년 233건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다.

문제는 공공 제도 이행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공공이 SW 분리발주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사항은 △분리발주로 인해 정보시스템 통합이 불가능 △현저한 비용상승 초래 △현저한 사업기간 지연 우려 △현저한 비효율적 판단 등 이유에 해당할 경우다. 분리발주 대상 SW 품목별 제외사유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공공이 각종 예외 사유를 들어 SW 분리발주를 회피하는 사례가 2013년 104건에서 2017년 33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시행 건수보다 적용 예외 사업 신청 건수가 더 많다.

입법조사처는 “SW 분리발주 예외 신청이 SW 발주 과정에서 빈번하게 적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현행 규정에서 분리발주 예외 사유가 추상적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라면서 “중요 사안임에도 하위 규정에 포괄 위임돼 있어서 행정편의적 관점에서 예외 사유가 해석·적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슈분석]SW분리발주 제도 10년, 이대론 안된다

◇제도 보완·강화…SW 분리발주 취지 살려야

업계는 SW 분리발주 공공 이행률을 높이고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SW정책연구소는 SW 분리발주 제도 엄격한 적용을 위해 제외사유 검토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현재 발주기관 자의적 판단으로 조달청에 분리발주 제외를 요구한다. 발주기관이 제시하는 예외적용 사유가 대부분 정성적이고 자의적이다.

한 공공기관은 제외사유서에 “시스템 구축 성격상 응용프로그램 유기적 설계·개발에 따라 하드웨어 구성·배치 등이 이뤄져야함” “환경 위험요소에 대한 능동적 대처와 정보시스템 개발, 향후 확산·운영 등을 위해 시스템통합(SI) 업체를 통한 일괄발주방식이 타당함” 이라고 기입하는 등 구체적 사유를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제외 사업으로 인정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예외적용 사유를 정성적이 아니라 정량적 방식으로 해야 객관적으로 제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면서 “대부분 정성적으로 사유를 표기하기 때문에 그대로 통과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분리발주에 따른 명확한 책임 체계 마련도 중요하다.

사업 기간 중 SW통합·연계와 사업종료 후 하자보수·유지보수 단계에서 상용SW 문제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공공과 기업 모두 현행 SW 분리발주 문제로 'SW통합·연계 위험'과 '통합사업자와 상용SW사업자간 책임소재'를 꼽는다. SW정책연구소는 “상용SW 제3자 단가계약 특수조건을 개정해 통합사업자와 상용SW사업자 협력의무와 책임범위를 명시에 책임소재 불안함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SW 업계는 최근 간담회를 개최하고 SW 분리발주 제도가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풍연 한국SW·ICT총연합회장은 “지난해 교육부 차세대 에듀파인,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우편물류정보시스템 등 대형 차세대 사업이 SW를 분리발주 했다”면서 “덕분에 BMT를 거쳐 기술경쟁 우위를 차지한 제품이 도입돼 시스템 품질을 높이고 상용 SW기업도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조사처에서 보고서를 낸 것처럼 '분리발주 회피' 관련 전수조사와 정책감사 등으로 제도 도입 취지를 살려 SW 분리발주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5억원 이상 사업, 5000만원 이상 제품에 한해 SW분리발주제를 시행 중인데 이 금액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제도 취지에 맞게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검토해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